LG에서 1:1 비율의 모니터 출시 계획과 이미지 샷을 발표했습니다. LG측은 컨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를 위한 틈새를 노린 제품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소식을 접한 상당수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이미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볼수록 1:1비율이 틈새가 아닌 전체 모니터 시장의 주력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어 한번 적어볼까합니다.
27" 모니터 다음은?
17"->24",27"로 모니터가 커진것은 단순히 화면을 키운것이 아니라 모니터의 활용성을 높이려했던 것이었고 그 방법은 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겼습니다. 27"->30"이상으로 화면을 키우는 것은 시야의 제한에 걸려 오히려 활용성이 높아지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LG에서는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출시했습니다.
좋아.. 좋은데 말이야.. |
직접 해보시면 금방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개를 움직이면 더 불편할 것이구요. LG의 1:1 모니터는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절충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3 모니터가 사장된 이유
정사각에 가까운 모니터는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니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4:3에서 와이드 모니터로 주력 제품이 이동했던 이유는, 단지 사람의 시야가 가로로 더 넓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시야의 가로폭을 커버할 만큼 큰 4:3 모니터를 만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술도 부족했고, 기술이 된다고 해도 가격이 문제가 되었을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전체 면적이 좀 더 좁은 16:9를 먼저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충분히 기술적 환경이 받쳐주는 이상 대형의 정사각 모니터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UHD 모니터는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아직은 이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
스마트폰, 타블렛을 쓰면서 이제 사람들은 높은PPI에 길들여졌습니다. 실제로 데스크탑 모니터를 보면 도트가 튀어보여 별로 좋아보이지가 않는것 같습니다. 빨리 초 고해상도 모니터로 컴퓨터를 쓰고 싶습니다.
근데 왜 빨리 나오지 않을까요?
거기엔 아주 종합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현시점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DVI포트는 전송 대역폭이 좁아 UHD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합니다. UHD를 쓰려면 DisplayPort혹은 HDMI 2.0 등의 신기술이 적용된 비디오카드를 써야할 것입니다만 아직 대중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늦어지는 큰 이유중 하나는 그래픽카드의 가속 성능이 무려 4배가 되어야 현재의 데스크탑PC정도의 체감성능이 나오는, 엄청난 성능 갭 때문입니다. CPU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도트 수가 늘어나면 다뤄야할 데이터량도 늘어나 체감 성능에 저하가 생길 것 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모니터, 그래픽카드, CPU에 신기술을 적용해야하는데, 아직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는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마 한동안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정체된 PC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이 갭을 메워줄 제품이 필요하고, 1:1 모니터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웹 사이트는 세로로 길다
간단히 생각만 해도, 웹 자체가 이미 세로로 길죽한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모든 문서가 세로로 긴 형태이므로 세로로 길어진 모니터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유용할 것입니다.
게임용 인터페이스 공간
아래가 더 필요하다고! |
와이드 모니터가 나왔을때, 극장처럼 시야의 폭을 고려해서 만들었다고들 설명했습니다. 물론 영화, 드라마를 볼때는 이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할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게임은 게임 화면 외에 인터페이스가 따로 필요합니다.
게임 인터페이스를 아래로 뺀다면 실제 게임 장면을 16:9의 와이드로 구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640*480으로 제작된 스타크래프트1을 플레이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주 편하지 않았었나요?
우리 모두는 잠재적 생산자이다
문서작업을 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LG에서는 생산자를 위해 이 제품을 기획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생산 행위를 안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서작업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포토샵 또한 이제는 굉장히 대중적인 생산 프로그램입니다. 심지어 일러스트, 사운드, 동영상 편집도 대중화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1:1 모니터가 없다고 이 작업들을 못하는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굳이 또 안 쓸 이유는 뭘까요? 아 가격이 있군요? 아닙니다. 가격도 금방 싸질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
이게 왜 비싸야 되죠..? |
1:1 모니터는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음향 엔지니어등 다량의 컨트롤 영역을 필요로하는 전문가들 모두에게 필요한 모니터입니다. 이들이 먼저 1:1 모니터를 시장에 '띄우는'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또한 이 속도는 아주 빠를 것입니다. 왜냐면, 그래픽 디자이너에겐 예외이겠지만, 나머지 전문가들에게 화질 색감은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저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사실상 추가적인 기술이 필요한게 거의 없습니다. 그냥 화면을 키우면 됩니다.
비싸게 나온다고 해도 금방 저렴해질 수 있고, 또한 처음부터 저렴하게 나온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컨셉입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LG의 대세일까?
중요한 시점에 왜 눈치를 보니..? |
이 부분은 LG에게 하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LG의 전략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이 진짜 성공할거라고 생각했으면, 미리 공개해서 간을 보지 말고 갑자기 시장에 기습 출시를 해서 시장 선점을 했어야할 일입니다.
8월까지 경쟁사들에게 여유를 주는 그 느슨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또한 굳이 이 제품을 '생산자용'이라고 이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성을 느끼고 구매할 것인데 왜 시장을 제한하는 마케팅을 하나요?
LG는 항상 80%에 만족하는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10가지라면, LG는 8개 정도를 채운후 자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제품이 70%를 채워주면 마케팅은 10%만큼만 잘합니다.
마케팅이 70%를 채워주면 제품을 10%만큼만 만듭니다.
(품질 + 마케팅)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도 있는건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애초에 제품 기획, 개발, 생산, 마케팅 전체를 아우르는 메뉴얼, 그리고 각종 상황에 대처하는 메뉴얼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메뉴얼에 매몰되어 일본처럼 매너리즘에 빠져서도 안되겠지만 자유와 유연함을 추구한다고해서 메뉴얼이 없어도 되는건 아닙니다.
최선의 메뉴얼을 완성해놓고 시장 조건에 맞춰 계속 수정해나가야지요. 그래야 전략적 움직임을 기민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저는 LG가 제품 개발의 노하우 뿐 아니라 전략의 노하우도 이론적으로 쌓아가는 선도적 기업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지금 공개된 이 1:1 모니터도 이미 사람들에게 보여진 이상 빠르게 출시해서 시장을 선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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